blind love

2008년도 슬로바키아에서 오스카상을 위한 대표 필름으로 선정한 영화 'blind love"를 보았다.

영화는 맹인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다룬 4편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처음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느릿 느릿한 삶이 불편하고 측은하게 느껴졌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내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살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해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랑 감각을 잃어버린듯 심하게 무뎌져버린 내 심장, 남들에게 보여질 겉치레와 겉모습에만 연연해하며 바쁘게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 지난 삶들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맹인들의 시선은 오로지 마음과 감각에 집중해 있었다.
시력좋은 사람들이 흔히들 중요하게 생각하는 큰집, 빼어난 외모는 blind people에겐 결코 얘기 거리도 안된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 부르며 기뻐할 수 있고, 바다 속 깊은 곳으로의 여행을 상상하며 즐거워 할 수 있고, 튜율립 꽃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고, 사랑하는 남편에게 뜨게질한 옷을 입혀주고, 사랑하는 애인에게 카네이션 두송이를 선물하며 흡족해하고, 인터넷으로 누군가와 얘기 나눌 수 있음에 흥미로워하는 이들에게는 매일 매일이 신비로운 일상이었다.
마음과 마음으로 간절하게 서로를 원하고 서로를 돌보고 믿으며 티끌한점 없이 순수하고 밝게 세상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 이야기~
이들의 눈은 비록 blind 이지만
이들의 눈은  마음을 느끼고 볼 수 있다.
나는 지금껏 진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보고 느끼며 오로지 그에게만 집중하는 blind love를 해 본적이 있었던가!
50평생을 살아오면서 오히려 내 마음은 분노에 차 더욱 눈멀고 무뎌지고 간사해지지 않았던가!
띠끌없이 맑은 사랑, 상대방을 요렇게 저렇게 잣대로 재지 않고 오로지 그의 존재함이 나에게 축복인 눈먼사랑을 난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고귀한 사랑은 Blind people에게만 주어진 축복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