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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리기

어디로 가는 걸까

아들들은 두달간 방학이라 저 회색 건물에서 인터넷보며 하루 종일 머문다
학기 중엔 단체버스를 타고 아침 7시에 등교하고 5시에 돌아와 이곳에 머물며 게임세계에 빠진다.아들들과 내가 머무는 이곳은 사회와 단절된 섬 같은 곳이다. 특히 중학생인 둘째아들에게 또래 친구가 없다. 영어를 유창하게 익히고 대학을 특례로 비교적 쉽게 보낼 수 있어 남들 모두의 부러움을 받고 선택한 외국생활, 이곳에서 보내는  3년이 아들들 인생에 어떻게 기억이 될지 난 사실 까깝할 때가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들은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보낸다. 전주와 군산을 오가며 보낸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너무도 많은 인생의 추억들을 선물해 주었다. 아직도 만나면 즐거운 오래된 친구들, 아직도 가슴속에 머문 설레임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짝사랑 추억들, 교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우들~~~동시대 같은 문화 속 같은 공간에서 서로 어울리며 만들어낸 아프고 흐뭇하고 벅차고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내 심장 한곳에서 피가되고 살이 되어 자칫 절망의 늪으로 빠질 수 있는 내 중년을 잘 견뎌나게 도와주고 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경험해야 할 나이에 익숙했던 사회를 떠나 낯선 섬같은 곳에서  내 아들들은 어떤 기억들을 안고 성장할까!
소신도 사명감도 없이 사회에 만연된 부자,성공 이데올로기에 굴복하고 내 소중한 두 아들들도 그곳에 가두고 있다니~~이 얼마나 무책임한 엄마인가 ㅠㅠ~오호통재라!!!!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오늘 아들들에게 무슨 반찬으로 밥을 해 줄것인가 뿐~~내가 사는 내 세상도 참 내맘대로 하며 살 수 없다는 현실에 씁쓸해 하고 있을 뿐이야...
다양한 문화와 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내 맘처럼 애들 설득해서 데리고 돌아다니기엔 애들이 너무 막 커버려서 엄마 통제가 안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ㅠㅠ
난 이곳 현지 친구들도 사귀고 여행도 하고 어학도 익히며 내 인생의 가장 자유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의 아들들을 생각하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정말 답답함이 밀려온다•••
물론 두아들들이 알아서 자기 인생을 어떻게든 꾸려나가리라 믿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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